대구에서 행복을 묻다
『대구에서 행복을 묻다 : 서른아홉 가장이 발견한 뜻밖의 순간들』
프롤로그: 대구의 뜨거운 여름보다 더 뜨겁게 살았던 나에게
대구의 여름은 잔인합니다. 아스팔트 위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가만히 서 있어도 등에 땀줄기가 흐르는 그 더위는 대구 사람들에게는 익숙하면서도 매년 낯선 고통입니다. 하지만 저에게 진짜 뜨거웠던 것은 날씨가 아니라 '가장'이라는 책임감이었습니다.
서른아홉. 누군가는 인생의 황금기라고 하지만, 저에게는 매일이 살얼음판 같았습니다. 아침마다 신천대로의 정체를 뚫고 출근하며 생각했습니다. '나는 지금 행복한가? 아니, 행복할 자격이 있나?' 남들처럼 좋은 차를 타고, 더 넓은 아파트로 이사 가야만 행복의 문턱을 넘는 것이라 믿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깨달았습니다. 행복은 쟁취하는 것이 아니라, 발견하는 것이라는 사실을요. 이 책은 대구라는 도시에서 평범한 가장으로 살아가며 제가 건져 올린 작고 소중한 행복의 조각들에 관한 기록입니다. 이 기록들이 저와 닮은 길을 걷고 있는 수많은 가장들에게 작은 숨구멍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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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수성못의 윤슬처럼 반짝이는 일상
1-1. 출근길 신천대로 위에서 느낀 짧은 명상
매일 아침 8시, 신천대로는 거대한 주차장으로 변합니다. 상동교에서 희망교를 지나 동신교까지 이어지는 그 끝없는 빨간 브레이크등의 행렬. 예전의 저에게 이 시간은 버려지는 시간이었고, 조바심의 시간이었습니다. 앞차의 꽁무니만 보며 '왜 이렇게 안 빠지나' 혀를 끌차곤 했죠.
하지만 생각을 조금 바꿔보았습니다. 이 차 안은 오로지 나만이 존재하는 '자유의 공간'입니다. 집에서는 남편이자 아빠로, 회사에서는 과장이자 대리로 불리지만, 이 운전석에서만큼은 그냥 '나'입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성시경의 노래에 목청껏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하고, 어제 있었던 아내와의 소소한 다툼을 반성하기도 합니다. 막힌 도로 위에서 창밖으로 흐르는 신천의 물줄기를 봅니다. 가뭄에도, 홍수에도 묵묵히 제 갈 길을 가는 그 물줄기를 보며 저는 '흐름'의 미학을 배웁니다. 인생도 정체될 때가 있지만, 결국은 바다로 흘러가기 마련이니까요.
1-2. '대프리카'를 견디게 하는 아들의 아이스크림 한 입
대구의 여름 퇴근길은 전쟁터 같습니다. 에어컨을 풀가동해도 시트에서 느껴지는 열기는 쉽게 가라앉지 않습니다. 하지만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아빠!" 하고 달려와 제 다리에 매달리는 아들의 온기는 바깥의 불쾌한 열기와는 전혀 다릅니다.
"아빠, 이거 진짜 시원해. 아~ 해봐!" 냉동실에서 꺼내와 반쯤 녹아 손등으로 흘러내리는 죠스바를 건네는 아들. 그 보라색 입술로 배시시 웃는 모습을 보면, 오늘 하루 거래처에서 받았던 무시와 상사의 질책이 눈 녹듯 사라집니다. 38도의 폭염도 아이의 웃음 한 번이면 36.5도의 편안한 체온으로 내려갑니다. 행복은 대단한 성공이 아니라, 내 아이의 입안에서 시작된 달콤함이 제 혀끝에 전달되는 그 찰나에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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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아내라는 이름의 가장 든든한 아군
2-1. 무뚝뚝한 대구 남편이 사랑을 고백하는 법
경상도 남자, 특히 대구 남자는 무뚝뚝하다는 편견이 있습니다. 저 역시 전형적인 대구 남자였습니다. 사랑한다는 말은 낯간지럽고, 고맙다는 말은 쑥스러워 삼키곤 했죠. 하지만 아내는 말하지 않으면 모르는 사람이었습니다.
어느 퇴근길, 동성로 교보문고 근처 꽃집 앞에 멈춰 섰습니다. "에이, 돈 아깝게 무슨 꽃이야"라고 할 아내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지만, 웬일인지 분홍색 장미 한 다발을 샀습니다. 현관문 뒤로 숨기고 들어갔을 때, 꽃을 본 아내의 표정을 저는 잊지 못합니다. "웬일이야?"라고 묻는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고, 눈가는 촉촉해졌습니